[김태수 미래기술] 4,200조 가상화폐 시장, 불구경하는 우리정부!가상화폐에 대한 인식 대전환이 필요
[김태수ㆍ스마트미래기술연구원장] 비트코인 값이 9만 달러(한화 약 1억2,500만 원)를 넘어섰다. 조만간 2억 원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터드(SC)의 책임자 제프 켄드릭은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12만5000달러, 내년 말에는 20만 달러 도달을 전망하기도 했다. 다른 알트코인 값도 덩달아 올라 가상화폐 시장이 불장(Bull Market)이 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효과’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가 가상화폐와 관련해 해왔던 호의적 발언들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 기대치가 높아진 탓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때 암호화폐 산업을 ‘사기’라고 비난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등의 발언을 내놨고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 내에도 친(親) 가상화폐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하워드 루트닉,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효율부서(DOGE)’를 이끌 인물로 지목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대표적 친 가상화폐 인물들이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이어 미 의회 지형도 가상화폐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가상화폐 황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효과로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급등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승인을 결정한 데 이어 7월에는 이더리움의 현물 ETF승인을 결정했다. 최근 트럼프 재선과 함께 리플코인 도지코인 솔라나코인 등 주요코인의 미국 ETF 승인 문제도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함께 RWA(Real World Asset, 실물연계자산) 활성화도 큰 관심거리다. RWA는 부동산, 미술품, 국채 및 지적재산권 등 실제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한 것으로, 트렌 파이낸스(Tren Finance)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RWA 토큰화 부문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4조 달러에서 최대 30조 달러(약 4경2,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에 현재 소개되고 있는 가상화폐수는 1만 종이 넘고 세계 760여 개 주요거래소의 시총이 4,200조 원이 넘는다. 이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 주식 총액이 2,500조 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거대한 국제금융시장이다. 현재 가상화폐를 개발 중인 프로젝트수만도 세계적으로 최소 3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니모카브랜드 공동 설립자 얏 시우(Yat Siu)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한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 가치는 향후 10년 내로 200조 달러(약 28경 원), 혹은 그 이상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10년 내 최대 200배까지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토큰 보유자는 전 세계에 걸쳐 10억 명까지 증가할 것이며, 아시아가 시장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가상화폐의 격랑속으로 빨려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5대 원화거래소를 중심으로 300여 개 품목에 시총 43조 원, 일 거래량 3.6조 원, 투자자 645만 명 정도로 급성장하는 국제 가상화폐 시장성장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일 거래량이 9조 원을 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업들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ICO)을 할 수 없고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벤처 기업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기업들은 가상자산 계좌를 만들 수도 없고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길도 막혀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9월부터 사실상 ICO가 전면 금지돼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암호화페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코인을 발행하고,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버린 상태다. 우리 금융당국은 코인 발행을 허가해준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전 세계 1만여 종 4,200조 원의 가상화폐 시장에서 한국 국적의 가상화폐가 없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현물 ETF의 거래는 물론 중개까지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 전 세계적으로 RWA(실물자산 토컨) 열풍이 거세지만 우리 국회에서는 지난 21대 때 상정된 초보 단계의 STO관련 법률마저 자동폐기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계류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금 전 세계 4,200조 원의 가상화폐 불장이 남의 잔치가 되고 있다. 가까운 10년 내 28경 원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엄청난 금융시장에 우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김태수 ㆍ스마트미래기술연구원장, 중부대학교 겸임교수
<기고 필자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VIP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