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학 ∙ 경영학박사] 과학(science)이 보편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연에 숨겨진 높은 수준의 개념과 법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식 체계'라면, 기술(technology)은 '자연의 물질이나 과학 지식을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이다. 기술의 핵심적인 요소는 '유용성(utility)'이고, 유용성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기술의 통합체인 제품(Product)은 기업이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물리적 재화, 서비스, 아이디어 등을 포함한다. 제품은 단순히 그 자체의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통해 시장에서 차별화된다.
100년간의 가치 논쟁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1776년 발표한 ≪국부론≫에서 물의 가치와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왜 서로 다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일상생활에서 물은 다이아몬드보다 사람들에게 큰 만족을 주는데, 시장에서는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왜 물보다 높은가를 만족스럽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스미스의 역설(Smith’s paradox)이라고 한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뒤 윌리엄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 1835-1882)를 포함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재화의 가치는 '효용(utility)'에 의해 결정되며, 특히 '마지막으로 소비하는 단위로부터 얻는 편익'에 달려 있음을 규명했다. 이를 생산비용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고전적 견해의 패러다임을 바꾼 한계혁명(Marginal Revolution)이라고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 목적은 ‘시장’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지식 경영의 패러다임을 연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는 1954년 그의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며, 목적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마케팅의 목적은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을 마련하여 마케팅을 필요 없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고객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존재하고,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진정한 목적으로 보았다. 그는 기업의 목적을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서 찾았다.
이러한 드러커 경영철학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 존재할 뿐 아니라 단순히 존재하는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고객 중심적 사고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기술과 시장의 통합
최고의 기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소비자는 변화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기존 제품을 능가하거나,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제품일 때 소비자가 인식하는 제품의 가치가 새롭게 형성된다. 이는 혁신의 성공이 소비자 또는 비즈니스 고객이 기술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 상용화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고급 기술을 개발하면 성능 개선 자체에 근거해 이를 뛰어난 기술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시장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피터 드러커가 주장하는 기업의 존재 목적인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없다. 기술의 가치가 기술적 가치(technological significance)뿐만 아니라 시장(market impact)의 관점을 요구하는 이유다.
심성학ㆍ기술보증기금 서울지점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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