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학 ∙ 경영학박사] ‘멀리 가려면 함께’는 생사를 걸고 사막을 건너던 상인들의 지혜다.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쟁사보다 더 많은 기술을 탐색하고 사업화를 위한 기술통합의 과정을 거친다.
S&P 500 인덱스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는 30∼35년이었으나, 현재는 15∼20년으로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22년 혁신창업생태계 대시보드’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 5년 생존율은 33.8%다. 달리 표현하면, 창업 후 5년 이내에 66.2%는 생존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은 내부와 외부의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전략이다. 기업 경계를 기준으로 외부 지식이 조직의 내부자원과 결합하는 인바운드(Inbound) 혁신과 내부 지식이 외부로 이전되는 아웃바운드(Outbound) 혁신으로 구분한다.
외부에서 유입된 아이디어나 기술은 추가 개발을 거쳐 다시 외부로 이전하거나, 제품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또한,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급변하는 경쟁환경에서 내외부의 협력은 기업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제약산업에서 신제품 개발 터널
미국 뉴욕 대학의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인 멜리사 실링(Melissa A. Schilling)은 관련 연구를 근거로 제약산업의 경우에는 약 5,000개의 새로운 화합물 중 단 하나 만이 최종적으로 신약으로 출시될 뿐 아니라, 그중에서도 1/3 만이 R&D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정도로 성공하고,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가 인가한 새로운 약품이 시장에 출시되기까지는 최소 14억 달러의 비용과 10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Inbound와 Outbound 혁신의 결합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한 렉라자 후보물질을 자체 임상을 거쳐 2018년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국내 제외)를 12억 55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수출했다.
이후 얀센 바이오테크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렉라자는 얀센의 이중 항체 항암제인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으로 2024년 8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제가 미국 FDA의 허가 문턱을 넘은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유한양행은 외부의 혁신자원을 자사의 역량과 결합하는 혁신전략을 통해 신약 개발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혁신의 양방향 활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
기업은 스타트업, 연구 기관, 대학과의 협업, 기술 라이선싱 및 파트너십, 특정 업무나 프로젝트를 외부에 공개하여 외부의 아이디어, 전문성, 자원을 활용하는 크라우드소싱, 고객과의 공동 개발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하여 내부 연구개발(R&D) 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새로운 인사이트와 기술을 흡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추가적인 시장 기회를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내부 기술을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하여 수익을 창출하거나, 스핀오프를 통해 독립적인 새로운 기업을 설립할 수 있으며, 개발된 혁신을 파트너에게 이전해 활용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부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심성학ㆍ기술보증기금 서울지점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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