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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영칼럼] 채무자보호법의 경제학

금융회사가 채무자와의 협상을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

윤진기 ∙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 기사입력 2024/08/25 [13:00]

[윤진기 경영칼럼] 채무자보호법의 경제학

금융회사가 채무자와의 협상을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
윤진기 ∙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 입력 : 2024/08/25 [13:00]

 

 

[윤진기 ∙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지난해 법원에 개인회생 · 파산신청자는 16.2만 명,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는 18.5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상생금융 등 많은 지원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형 신용불량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연체관리체계는 일정기간 연체된 채권을 추심업체에 위탁을 하여 회수하거나 , 장기 연체된 채권은 대손상각처리하고 부실채권(NPL)을 대부업체에 매각을 하면 이후 NPL을 매입한 추심업체는 회수가치를 올리기 위해 과도한 추심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채무자는 대출 연체 이후에 연체이자부담이 지속 확대되어 장기연체자가 되고 과도한 추심부담에 계속 놓이게 되어 채무자의 재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연체 채권의 채무조정의 경우에도 신용회복위원회, 법원 등 공공부문 중심의 부실 발생후 채무조정 방식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개인금융채권의 연체이후 관리와 채무자 보호 규율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오는 10월 17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회사 자체의 채무조정을 제도화하여 금융거래의 당사자인 금융회사가 채무자와의 협상을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추심횟수를 7일에 7회로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등 과도한 추심을 제한하여 채무자의 정상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 등에서는 그동안 성실하게 제때 상환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게 되고, 신용정보이용에 제한받은 금융기관이 연체 피해를 입고 금융기관의 부담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채무자 보호에 관한 문제도 결국 우리 사회의 법률, 문화 및 가치관의 총체적인 발현이다. 채권-채무관계를 비롯한 법률관계에 대한 그 사회의 법감정, 소비자보호에 관한 공동체적 합의, 그리고 사회보장의 역사적 배경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시각들이 법제도에 반영이 된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d servanda)"는 계약법 원칙에서 보면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면제된 채무에 상응하는 법적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서는 합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되지 못한 현실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불가피하게 빚에 몰려 변제 능력이 없는 채무자를 신용불량자로 장기간 방치하게 되면 사회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계속된 추심이 채무자의 재기에 큰 걸림돌이 된다. 대출을 한 금융기관입장에서도 장기 연체가 지속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채권회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금융회사가 채무자와 협상을 통해 중장기에 걸친 채무 상환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여 연체채무로 인한 과도한 추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refresh start)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이번에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채권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채무자를 보호하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라, NPL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연체채권의 거래가격 이상으로 채무조정이 이루어지면 금융회사도 회수가치를 올릴 수 있게 되고 채무자도 재기의 기회를 얻는 상생을 통해 '넌제로섬(Non Zero-sum)'이 될 수 있다. 

 

또한, 폭주하는 개인회생 및 파산신청을 채권채무 당사자들이 우선 협상을 통해 일단 여과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법원의 회생 및 파산절차에서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줄 수 있다.

  

물론 채무조정이 지나치게 남용되어 “일단 빚부터 쓰고 채무조정받자”는 식의 모랄해저드(Moral hazard) 풍조가 만연해서도 곤란할 것이다.

   

채권-채무 당사자간 채무조정 협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연체자나 채무불이행자 역시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대출심사과정처럼 채무자의 생활습관 및 주기(life-cycle), 소득의 형태, 주택 등 재산현황, 주거지역과 같은 개인적 변수를 반영해 신용회복 가능성, 가계재무관리, 부채상환 재조정 등 서민맞춤형 금융상담 및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모랄해저드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회사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심사를 강화하여 충분히 갚을수 있는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채무자 상황이 변화하여 연체와 채무조정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전부다 금융회사의 역할로 인식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강화해 가야한다.

 

윤진기 ∙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 윤진기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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