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엽합회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 구직자들은 69세까지 경제 활동을 원하지만, 실제 주된직장 퇴직연령은 평균 50세 정도에 그쳤다. 일하고 싶은 나이와 퇴직 사이에 약 20년의 간극이 있다. 퇴직사유로는 정년퇴직은 12.6%에 그쳤고, △해고 △회사 휴·폐업 등 비자발적 퇴직 비중은 62.5%에 달했다. 주된직장 퇴직자 절반은 백수로 지내고 있고,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의 60% 이상은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시니어기술창업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시니어기술창업은 대체로 아이템이 분명하고 경쟁이 덜 치열하다. 정책자금지원이나 투자유치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술 및 연구직 퇴직자리면 더욱 좋다. 시니어들의 인생 2막 준비로 기술창업을 권하는 이유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니어창업은 시니어들의 경험과 정보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연구원의 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시니어기술창업자들(제조업·제조 관련 서비스업·지식 서비스업 분야 40세 이상 창업자)의 평균창업연령은 50.8세였다. 또 창업 결정요인은 ‘재직기업에서 습득한 기술 등 사업화’, ‘재직기업에서 축적한 기업경영ㆍ조직관리 경험’, ‘창업자금 조달원활화’, ‘창업사업화 제품판로 확보’ 등의 순이었다. 이는 시니어창업이 젊은날 직장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둘째, 시니어창업은 사업아이템을 정하기 쉽다. 창업활동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이템 선정’이다. 일반적으로는 창업아이템은 해결 가능한 문제를 찾고 솔루션을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아이템으로 정한다.
그런데 시니어와 실버세대는 경험으로 축적된 기술 및 노하우와 삶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아이템으로 선정할 수 있다. 특히 기술직이나 연구직출신은 기술창업쪽으로 사업아이템을 정하기가 쉽다. 특정 기술력을 갖춘 사람은 고객의 문제를 찾고 솔루션을 개발을 할 수 있다.
셋째, 시니어창업은 청년창업보다 성공률이 높다. 시니어와 실버는 지식과 지혜, 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관리경험, 안정적 생활유지 성향, 자금관리 능력, 리스크관리 능력, 간절함,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적 가치관 등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특성들이 창업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Seth Stephens-Davidowitz)의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저서에 따르면 미국 창업자 270만 명의 평균 나이를 조사하니 41.9세로 나타났다. 불혹의 창업자들이 만든 회사는 생존기간, 순수익 기준으로 청년들이 세운 회사보다 나았다. 심지어 60세 스타트업 창업가가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 확률은 30세 창업가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자료에도 5년 기업생존율면에서 30대미만 19.5% 대비 40대 57.9%, 50대 55.1%, 60대 이상 46.3%로 높았다.
넷째, 시니어창업은 청년창업보다 리스크가 적다. 시니어의 창업활동은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다. 시니어의 창업실패는 인생실패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든 기업가는 리더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이 있어 생존율이 높다. 시니어 창업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의 특징을 갖고 있으며 사회봉사형, 경력활용형, 기술창업형, 공동창업이 많다.
성공한 창업자들의 주요특징은 강인한 정신력, 명확한 비전, 개선과 학습에 대한 열정,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혁신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이다. 이것들 중 여러 개가 시니어와 실버가 갖고 있는 특성들과 겹친다.
하지만 창업 자체를 중요시 여겨 진입 장벽이 낮은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성공하기 매우 힘들다. 시니어와 실버의 강점을 살리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창업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
넷째, 시니어창업은 청년창업보다 기술창업에 유리하다. 앞서 산업연구원의 시니어기술창업 보고서에는 시니어 창업자가 창업 이전 근무하던 부서는 기술·연구 부서가 33.3%로 가장 높았고, 마케팅 부서와 사무·관리 부서가 각각 28.2%, 15.7%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시니어가 청년에 비해 기술·경험·네트워크 축적에서 유리해 기술창업 성공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술창업은 R&D 집중도가 높고 기술혁신이나 기술적 우월성이 성공의 중요요인이다. 하지만 기술창업에서 필요한 심층기술들은 대부분 기술확보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여된다. 시니어 창업이 청년창업보다 유리한 이유다.
그러나 시니어 창업자에게 창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금물이다. ‘사업화, 정책자금, 마케팅, 판로개척, 연구개발(R&D), 지식재산(IP) 전략, 자금 운용’ 등의 체계적인 재교육을 통해 성공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 발표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93.7%로 전국평균 64.1%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았다. 그만큼 좋은 지원정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니어 창업 관련 지원정책 프로그램은 정부와 경제단체, 지자체별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시니어 창업 지원정책은 청년창업 지원에 비해 허술하다. 산업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시니어 창업지원 제도의 문제점으로 ‘정부 지원제도 부족’, ‘창업지원 제도 모름’, ‘제도 활용절차 복잡’ 등이 조사돼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개선 노력 또한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태수ㆍ스마트미래기술연구원장, 중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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