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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의 노동법] K국악원 노동조합 설립과 교섭단위 분리 결정 사례

정봉수ㆍ노무사 | 기사입력 2024/08/05 [13:06]

[정봉수의 노동법] K국악원 노동조합 설립과 교섭단위 분리 결정 사례

정봉수ㆍ노무사 | 입력 : 2024/08/05 [13:06]

 

I. 문제의 소재

 

2023년 초에 K국악원 연주자들은 강남노무법인을 찾아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연주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대부분이 공무직 근로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연주자들의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고 했다. K국악원은 서울 본원, 부산, 남원, 진도에 분원을 두고, 국악을 전승하고 널리 보급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국악연주자들은 본 노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국악연주단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23. 8. 23.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았다.

 

국악연주단 노동조합은 국악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국악원은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교섭대표노동조합인 교섭노조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국악연주단 노동조합 (이하 ‘국악원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노동조합이 교섭권이 없다고 하면, 독자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고, 단체협약이 없는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없다. 이에 크게 실망한 국악연주단 노동조합은 본 노무법인에 교섭단위분리를 요청하였다.

 

국악원 노동조합은 교섭단위 분리를 노동위원회에서 신청하였으나, 노동위원회는 국악원 노동조합에 대해 교섭권을 인정해주면 문체부 산하의 수많은 노동조합이 개별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해 올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교섭단위분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해 국악원 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해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국악원 노동조합이 교섭창구단일화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고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노동위원회의 결정내용을 소개하고, 그 근거가 된 관련법령의 기준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II. 국악원 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판단

 

1. 사실관계

(1)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① 공무직은 시설물관리, 청소, 경비 등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는 반면, 국악원 단원은 공연연습 및 공연 등 예술적 활동만 하고 있다. ② 공무직은 「공무직 근로자 관리규정」과 「공무직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만, 국악원 단원은 예규인 「연주단 운영규정」에 만 적용을 받는다. ③ 공무직의 소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나 국악원 단원의 소정근로시간은 주 30시간이다. 공무직의 임금은 기본급,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으로 구성된 반면, 국악원 단원의 임금은 기본연봉, 성과급, 공연출연특별수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④ 공무직의 퇴직급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국악원 단원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고 있다.

 

(2) 고용형태의 차이

공무직은 서류 및 면접 전형을 통해 채용되고, 처음부터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반면, 국악원 단원은 서류전형, 실기시험, 면접시험을 통해 채용되는데, 최초 2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능력검증평가를 거쳐 최종 정단원 신분이 확정된다.

 

(3) 교섭 관행

2018년 이후 이 사건 사용자와 공동교섭대표단이 모든 소속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한 뒤 소속 기관별로 부속합의, 보충협약 등을 체결하여 왔으므로, 별도의 개별교섭 관행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지방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분리신청 기각 사유[1]

지방노동위원회는 국악원 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교섭노조연대가 그동안 단체교섭 과정에서 국악원 단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공통교섭대표단은 노동조합법상의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신청 노동조합은 단체교섭 과정에 소속 조합원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② 2018년부터 문체부 내에서 선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이 문체부의 교섭원칙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국악원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곧바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③ K국악원은 문체부의 소속기관으로, 연주단 운영규정, 보수 규정 등의 국악연주단 적용 예규는 문체부 장관의 승인 및 지휘 하에 있으므로, 설령 이 사건 노동조합이 교섭단위를 분리하여 교섭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문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구해야 한다.

 

3.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분리신청 인정 사유[2]    

국악원 단원과 공무직 근로자 간에는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 사건 교섭단위에서 하나의 교섭단위를 유지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교섭단위에서 국악단 단원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는데, 그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교섭노조연대를 구성하여 2018년부터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에 있는 공무직 중심의 노동조합들은 모두 같은 민주노총 소속이다. 가입된 상급단체가 없는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들과 연대를 통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지거나 소속 조합원 수에 있어 이 사건 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될 가능성은 없다.

 

2) 노동조합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그 원칙으로 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의 한 형태로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국악원 단원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외 노동조합들의 조합원은 절대다수가 공무직 근로자이고 국악원 단원은 전혀 가입되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까지 고려하면 국악원 단원과 공무직 근로자 간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에 있어 현저한 차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공정대표의무가 부과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대비하여 노동조합법이 마련한 교섭단위 분리의 인정에 해당된다.

 

3) 국악원 단원이 기존 노동조합의 K국악원 분회 소속일 당시 국악원 단원에 적용될 임금 등에 대해 별도의 보충협약을 체결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국악원 단원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더라도 교섭단위 분리로 인해 교섭 비용이 증가한다든지, 교섭단위 분리로 인해 노노 갈등, 노무관리의 어려움 등이 초래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국악원 단원에 적용되는 규정들의 변경이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유가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지 않을 타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4. 시사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다수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조치를 통해서 교섭비용을 줄이고 업무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것이 원칙이다[3]. 그러나 현 국악원 단원은 공무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 적용되는 규정, 근로조건, 고용형태가 전혀 다르다. 따라서 공무직 중심의 교섭연대노조가 국악원 단원들의 권익을 대변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가 없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국악원 노동조합에 대해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인정한 결정은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III. 교섭단위 분리인정 판단기준

 

1. 교섭형태에 관한 법규정

(1)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제29조의2):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2) 교섭단위 결정 (제29조의3):  ①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거나 분리된 교섭단위를 통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2. 교섭단위 분리 관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

(1) 대법원: 노동조합법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면서 일정한 경우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 창구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서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4].

 

(2) 헌법재판소: 더욱이 노조법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원칙으로 하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교섭창구단일화를 요구하지 않고 자율교섭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 노동조합 사이에 현격한 근로조건의 등의 차이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조건의 결정에 다양한 직종의 이해가 적절히 대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노조법 제29조의3 제2항). 한편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 (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도들은 모두 교섭창구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5].

 

VI. 결론

 

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이 없다고 하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 단체협약의 체결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설립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모든 노동조합에 공정한 단결권의 기회를 주지만, 다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하나로 창구로 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적인 사항으로 교섭단위 분리제도라는 방식을 도입해서, 전혀 다른 특징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소수 노동조합도 교섭권을 가질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이 교섭단위 분리제도이다[6]. 이 교섭단위 분리요청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전제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소수노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는 국악원 노동조합과 같이 근로조건이나 고용형태가 전혀 다른 업종의 근로자로 구성된 소수노조를 보호하기 조치이므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1]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4. 1. 19. 결정 서울2023단위20..

[2] 중앙노동위원회 2024. 4. 11. 결정 중앙2024단위3.

[3] 정봉수, “노동조합 매뉴얼”, 강남노무법인, 2022, 86면.

[4]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5] 헌법재판소 2012. 4. 24. 선고 2011헌마338 결정.

[6] 이승욱, “교섭단위 분리제도의내용과 쟁점”, 노동리뷰, 한국노동연구원, 2011년 6월; 심요섭,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법적 쟁점”, 노동법포럼 제23호 (2018.2.) 280면. 

▲ 정봉수 노무사/강남노무법인   

  

정봉수ㆍ노무사/강남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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