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을 벤처텔링] 2026년, 정부지원의 확대: ‘독’을 피하고 ‘득’만 취하는 법정부 R&D·TIPS 시대, 스타트업이 ‘지원금 의존’에서 ‘투자 매력’으로 가는 전략
[임병을 · 딥스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단연 기업대상 정부지원 예산과 벤처투자 관련 제도의 대폭적인 개선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면서, 지난 몇 년간 자금 가뭄에 시달렸던 창업가들에게는 유례없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하지만 투자자이자 컨설턴트로서 현장을 지켜봐 온 필자의 마음은 설렘보다 우려가 앞선다. 너무나 정부주도의 벤처 육성 흐름이 한국이 마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은 득이 될 것을 잘 활용하며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관점에서 몇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사항을 제시코자 한다.
최근 서로 다른 시기에 두 사람을 각각 만나게 되었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사업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사람을 채용하고 제품을 개발하여 아이템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팁스(TIPS)도 필수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투자유치도 하고, 전년대비 매우 확대된 지원금액인 8억 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활용해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도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발간한 '정부 R&D 지원이 중소기업의 민간 투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2023)' 보고서를 보면, 정부 자금이 풍부해지는 시기일수록 기업의 자생력은 역설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고 분석했다.
바로 ‘마중물 효과’ 뒤에 숨은 ‘구축 효과’의 함정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원사업은 기업의 기술력을 공신력 있게 증명해주는 ‘인증 효과(Signaling Effect)’를 통해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동시에 보고서는 과도한 지원이 민간 자본을 밀어내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평가는 기술의 ‘달성도’와 ‘행정적 요건’에 집중한다. 반면, 우리와 같은 민간 투자자들은 그 기술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다 주는가’를 본다.
하지만, 팁스의 경우 정부의 사업으로서 투자회사가 관여된 것이라 순수 민간 투자 관점에서만 보는 “비즈니스적 판단“ 혹은 ”자본시장 관점의 검증“과는 다소 차이가 있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필자가 10여 년간 기업 자금조달에 관한 이슈들을 보면, 많은 기업이 정부 R&D 과제 수행을 위한 서류 작업에 매몰되어 정작 투자자가 원하는 ‘비즈니스 실행력’을 증명하지 못해 외면받았다. 이것이 구축 효과에 따른 결과이다.
팁스에 참여한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팁스 이후의 투자유치 기간과 과정이 더 길고 험난하기에, 후속 투자자들은 기업이 지원받은 금액과 과제가 많을수록 더욱 까다롭게 질문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끊겨도 당신의 회사는 생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2026년에 준비할 IR 자료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대표가 팁스 선정이나 대규모 국책 과제 수주를 마치 사업의 성공인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연구 보고서가 지적하듯, 정부 지원은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일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사업 선정 자체는 민간 투자자에게 '검토해볼 만하다'라는 신호를 줄 뿐, 그 자체가 투자 집행의 결정적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2026년의 정부 지원에 기대하고 있는 창업가라면 다음의 3가지를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
첫째, 정책자금을 ‘자본 효율성’의 도구로 재정의하라. 역대급 예산 증액은 축복이지만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투자금, 지원금을 수입원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둘째, 지원이 끝난 이후의 ‘자생적 성장’을 증명하라. 1월부터 업데이트할 IR 자료에는 정부 지원금 활용 계획보다, 그 지원이 종료된 이후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담아라.
셋째,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증 효과’를 극대화하라. 정부 과제 선정 소식을 단순히 이력서 한 줄로 남기지 마라.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주었으니, 이제 민간이 스케일업에 동참할 차례"라는 논리로 적극적인 후속 연락을 취해야 한다.
2026년의 막대한 예산이 당신의 기업에 독이 아닌, 진정한 도약의 마중물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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