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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이종민 변호사, 소상공인이 꼭 알아야 할 대여금의 기초

돈을 빌려줄 때와 돌려받을 때,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종민· 변호사 | 기사입력 2026/03/20 [20:45]

[법률칼럼] 이종민 변호사, 소상공인이 꼭 알아야 할 대여금의 기초

돈을 빌려줄 때와 돌려받을 때,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종민· 변호사 | 입력 : 2026/03/20 [20:45]

 

▲ 이미지 생성: Gemini    

 

[이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소상공인의 사업 현장에서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다'는 분쟁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발생한다. 거래처에 급하게 운영자금을 융통해 주거나, 오랜 지인의 사정을 봐주다가, 또는 직원에게 선급금 형태로 돈을 건네는 경우가 그러하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대부분 '그냥 믿고'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막상 분쟁이 생기고 나서야 차용증 한 장 없이 수백, 수천만 원을 내어준 사실을 후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빌려주는 계약을 법률적으로는 '소비대차(消費貸借)'라고 한다. 민법은 소비대차를 당사자 일방이 금전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하고, 상대방은 같은 금액을 나중에 반환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대차가 서면 없이도 양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이른바 낙성계약(諾成契約)이라는 사실이다. 구두 약속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만으로도 법적으로 유효한 대여금 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의 존재와 내용을 입증하는 부담은 전적으로 빌려준 쪽이 져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인 난관이다.

 

법원에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진행할 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단순하다. '돈을 빌려준 것이냐, 아니면 그냥 준 것이냐'의 문제다. 돈을 건네받은 사람이 '받은 적 없다' 또는 '증여 받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순간,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으면 재판에서 이기기 어렵다.

 

차용증은 바로 이 입증의 공백을 메워주는 핵심 도구다. 차용증에는 최소한 대여 금액과 일자, 변제 기일, 이자율, 차용인의 자필서명 또는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포함되어야 한다. 금액이 상당하다면 공정증서(집행문 부여 방식) 형태로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별도의 소송 없이도 강제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자 문제도 간과하기 쉬운 영역이다. 민법은 이자 약정이 없으면 이자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자를 받고자 한다면 반드시 약정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다만 약정이 있더라도 현행 이자제한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인 연2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그 초과 부분에 한해 무효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급전 거래 시 흔히 사용하는 '선이자 공제' 방식, 즉 100만 원을 빌려주면서 미리 이자 10만 원을 제하고 90만 원만 교부하는 방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교부금액을 기준으로 이자율을 계산하면 약정한 이자율보다 실질 이자율이 훨씬 높아져 자칫 이자제한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금 채권에는 소멸시효라는 복병도 있다. 상사채권, 즉 상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은 변제기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되어 법적 청구권을 상실한다. 민사채권의 경우 10년이나, 소상공인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은 대부분 상사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5년의 단기 시효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효는 내용증명 발송, 지급명령 신청, 소 제기 등의 방법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 채무자가 변제 의사를 인정하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온 경우 이를 '채무의 승인'으로 보아 시효가 새롭게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단계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내용증명을 발송해 변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소멸시효를 중단시킨다. 이후에도 이행이 없으면 소장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지급명령(독촉절차)을 활용할 수 있다.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므로 소액 채권 추심에 특히 유용하다. 소송 가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심판 절차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판결문이나 공정증서를 확보한 뒤에는 채무자의 예금, 급여, 부동산 등에 대한 압류 및 추심으로 이어지는 강제집행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한가지 현실적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채무자에게 재산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판결문을 받아도 추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 돈을 빌려줄 때 상대방의 재산 상태와 신용도를 먼저 살피고, 필요하다면 담보 설정이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최선이다.

 

결국 '사람을 믿는 것'과 '계약서를 쓰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명확한 약정은 서로의 기억과 해석 차이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해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유지시켜 주는 장치다. 소상공인의 소중한 자금이 법의 보호 밖에 놓이지 않도록, 빌려주기 전에 반드시 '문서'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 이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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