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을 · ㈜IPO브릿지 대표이사] 지난 4월, 액셀러레이터(이하 AC) 1호 상장을 노렸던 씨엔티테크가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아 상장 철회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월 26일 열린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상장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업계에서는 또다시 AC의 상장이 좌절되었다며 AC 사업모델의 한계와 금융당국의 이해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AC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창업기획자’라는 국내 공식 명칭이 정해졌으나 이 법 이전에 AC를 규정했던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에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라는 글로벌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법령에 명시되었고, 국내외에서 통상적으로 액셀러레이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거의 액셀러레이터, 약칭으로는 AC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AC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등록 제도를 운영하면서, 초기 창업기업의 발굴, 보육 및 투자 등의 역할을 하는 창업기획과 촉진의 역할을 하는 민간 기구로서 운영되고 있으나 펀드(투자를 위해 모은 재원)의 40~50%는 반드시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할 의무가 있어 투자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으며 수익 회수까지 장기간 걸리는 상황으로 수익모델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벤처캐피탈 등 규모 있는 투자사나 대기업이 초기기업 레벨(얼리스테이지)까지 확대하여 스타트업을 발굴 및 투자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공기관의 AC 등록을 허용함으로써 일부 민간과 경쟁하는 구조까지 만들어지면서 사실 AC의 사업 환경이 좋지 못해진 것 또한 사실로 보인다.
2024년 3월말 공시된 등록 AC 수는 총 460개사이며, 이 중 실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활성화된 AC는 절반도 안 된다는 중기부 및 업계의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투자의 성과 또한 우수하게 나타내는 AC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AC 상장 1호를 노린 것이 씨엔티테크가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상장에 도전장을 내고 예비심사에서 승인도 되었지만,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며, 일정상 상장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자진 철회한 사례가 있다. 퓨처플레이도 상장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면서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와이앤아처도 25년 중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더벨이 지난 ’24.5.2일자 「AC, 상장 잔혹사 언제까지…늦어지는 1호 탄생 '한숨」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하우스였던 씨엔티테크의 상장 철회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 와이앤아처 등 상장을 노리는 AC를 포함한 업계 전반이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라며 AC 사업모델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관련 전문가는 "AC는 고유계정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적 변동성이 크고 아직 선행 상장한 사례도 없기 때문에 상장사로서 기업 영속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확신이 부족한 상황"으로 보기도 한다.
한 AC 대표는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정책에 따라 유망한 창업자를 발굴하고 기업을 키워온 역할을 하는 AC의 기본적인 사업모델과 성장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필자도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정부는 스타트업을 육성하여 유니콘 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며 AC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민간주도의 투자와 스케일업을 강조하며 AC와 VC(벤처캐피탈)의 투자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가장 중요한 초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유니콘기업이나 상장기업을 배출해온 AC의 사업에 우려를 갖는 금융당국과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된다.
AC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여 충분한 펀드로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 육성해야하며, 이는 AC 기업공개를 통한 증권시장에서의 다수 투자자 유입이 큰 추진력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특례, 사업모델특례 상장에 대해 시장 상황 및 미래 가능성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고 평가체계를 보완하는 등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AC의 특수한 모델에 대한 평가체계나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한 의논과 상장관련 장치마련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에 앞서 AC 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좋은 성과를 내는 AC는 아직 소수라고 볼 수 있으며, 절반 이상은 AC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산업 자체의 성숙도가 높아지도록 관계자들의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AC(액셀러레이터)는 글로벌 강국 코리아를 만드는 중요한 촉진제로서 파급력이 크므로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임병을 · ㈜IPO브릿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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